(上) 통계로 알아보는 현직공무원의 세계
“공무원만 행복한 나라, 절대 반대입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의 6.6배에 달한다는 내용의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기사 하단을 빼곡하게 채운 댓글들은 하나같이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혜택을 성토하고 있었다. 공무원연금의 월 보험료가 국민연금보다 훨씬 높을 뿐 아니라 납입기간 역시 길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못한 탓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은 대표적인 애증의 대상이다. 공무원으로서 누리는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복지혜택, 육아휴직 등의 처우를 부러워함과 동시에 ‘그 돈이 다 누구 돈인데’라는 삐딱한 시선이 공존한다. 이 같은 배경엔 ‘공무원은 행복하다’는, 마치 신앙과도 같은 전제가 뿌리 깊게 깔려 있다.
하지만 정작 공무원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일상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 때로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감정노동의 끝을 경험하기도 하고, 과도한 업무를 이기지 못해 결국 생을 포기하고 마는 비극적인 사건도 종종 발생하는 곳이 바로 공직사회다.
과연 우리는 공무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정말 행복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까. 창간 14주년을 맞은 공무원저널은 그 답을 찾고자 했다. 공직과 민간의 온도 차이는 얼마나 심한지, 실제 현직공무원들이 겪는 애로사항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다 행복한 공직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부디 ‘행복’이란 답을 찾아가는 독자들의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생각보다 무거운 ‘철밥통’의 무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철밥통’이 꼽힌다. 한 번 임용이 되면 국가가 부도나거나 큰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한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IMF 외환위기로 인해 부모세대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것을 지켜본 지금의 청년들에게 ‘안정’의 욕구는 곧 생존본능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자연스레 민간이 아닌 공공 일자리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이어졌다.
실제로 공무원의 평균 근무기간은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긴 호흡을 자랑한다. 지난 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공무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14.9년으로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4.5년)보다 3.3배가량 긴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기간별로 살펴보면, 20년 이상 근속자가 전체의 34.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10~20년 미만 27.9%, 3년 미만 15.6%, 5~10년 미만 14.9%, 3~5년 미만 7% 순으로 집계돼 전체 공무원 중 62.4%가 10년 이상의 근무기간을 자랑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근속기간별 점유율은 3년 미만의 일자리가 56%로 가장 많고 5~10년 미만 13.9%, 10~20년 미만 12.2%, 3~5년 미만 10.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년 이상 근속이 가능한 일자리는 전체의 7%에 불과해 공공 분야와 큰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민간에 비해 공공 분야의 경우 고용의 안정성이 탄탄하게 보장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평균의 함정이다. 전체 공무원 중 장기 근속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5~10년 미만의 근속자보다 3년 미만의 단기 근속자가 더 많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직에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기 퇴직을 결정하는 이들도 상당수라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국회의원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입수한 ‘퇴직급여 청구인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퇴직한 공무원 100명 중 7명가량(1만1,623명)이 재직기간을 3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376명은 재직기간이 1년도 채 되지 못했다.
공무원들의 퇴직 사유도 임기를 모두 채운 정년퇴직보다 공무원 본인의 자발적인 사의 표시로 퇴직하는 의원면직의 비율이 훨씬 높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2016년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일반직공무원의 퇴직 사유로 ‘정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27.8%에 불과한 반면, ‘의원면직’의 경우 절반이 넘는 57.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경찰공무원의 경우 일반직공무원과 달리 퇴직자 중 정년퇴작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근무환경이 더 좋아서가 아니다. 군과 경찰의 경우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한 채 한 계급에만 머물러 있을 경우 강제 퇴직시키는 계급정년 제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경찰조직의 경우 법에서 정한 정년보다 일찌감치 옷을 벗어야 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한다. 결국 공무원이라는 밥그릇도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느냐에 따라 ‘철밥통’이 되기도 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 공무원 연금과 혜택의 이면…그럼에도 공시는 뜨겁다
‘고용의 안정성’ 뿐 아니라 노후에 든든한 보탬이 될 수 있는 ‘공무원 연금’ 역시 많은 청년구직자들을 공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이 2016년 시행에 들어가면서 현직공무원들 사이에선 “평생 박봉으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에 대한 유일한 보상수단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달라진 공무원연금법의 핵심은 공무원과 정부의 연금 기여율을 높이고 공무원 연금 지원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그만큼 공무원들로서는 내야할 돈은 많아지고 받을 수 있는 돈은 적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기존 기준소득월액의 7%를 내야했던 기여금을 2020년까지 단계적 인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9%를 부담해야 하고, 제정된 이래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연금액도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동결됐다. 심지어 2010년 1월 이후 임용자는 연금도 기존(60세)보다 5년 늦어진 65세에나 수령할 수 있다.
인사혁신처가 발행한 공무원연금개혁 백서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된 2016년 9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정년을 채운 후 6급으로 퇴직하면, 65세부터 매달 받는 연금 액수는 134만원이다. 반면, 1996년 임용돼 앞으로 10년만 근무하면 정년을 채우는 경우 연금 액수가 193만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최대 59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다만 계산은 2015년 물가를 기준으로 했기에 실제 수령 금액은 상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의 소득은 정말 ‘박봉’일까. 인사혁신처가 시행한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공무원보수의 민간임금접근율은 8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임금접근율이란 민간임금을 100으로 놓고 공무원 보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산출한 것으로, 공무원 보수의 민간임금접근율은 2004년 95.9%를 기록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2016년 83.2%까지 하락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9급 1호봉 공무원의 세후 소득은 139만원, 7급 1호봉 역시 세후 소득은 173만원에 불과했다. 일반근로일자리의 중위소득 241만원은 물론,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소득이 적은 여성근로자의 중위소득 179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박봉’의 일상이 예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구직자들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유로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업주의 재량으로 동결 가능한 연봉제, 말 뿐인 육아휴직, 야근 수당 없는 초과 근무 등에 노출돼 있는 것이 민간 일자리의 현실인 탓이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첫 아이를 출산한 15~49세 직장인 여성 78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공무원․국공립 교사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75%로 가장 높았던 반면, 일반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는 34.5%에 불과해 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좀 적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싶어 하는 구직자들도 늘어난 만큼 당연히 공직으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45.7%)을 기록하고 있는 현실 또한 공무원연금의 높은 위상을 지탱해주는 요인이다. 비단 청년층 뿐 아니라 50대 이상 지원자들의 공시 도전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다.
최근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한 50대 수험생은 “평균수명은 늘었는데 여전히 민간일자리의 생명은 짧다. 자녀교육비 등 생계비 부담은 계속되는데 퇴직하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공무원이 박봉이라지만,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길이 없는 50대 구직자들에겐 최고의 일자리”라고 말했다.
<출처:공무원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