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추가채용 소식에 서로 다른 반응
국가직 9급과 사회복지직 등 상반기 주요 시험일정을 끝마친 공무원 수험가가 최근 다시 요동치고 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핵심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의 일환으로 하반기부터 1만2천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이번 하반기에 추가 선발이 예정된 분야는 경찰·소방, 사회복지 등의 분야로 관련 분야 수험생들은 추후 발표될 분야별 추가선발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간 다소 느슨해진 정신을 다잡고 있다.
잠시 끊었던 발길을 수험가로 돌린 수험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무원 수험학원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공무원 채용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에 관심을 갖는 문의전화가 작년 이맘때보다 확실히 늘었다. 작년에 불합격하고 잠깐 공시를 접었다가 소식을 듣고 이번 기회에 다시 도전해볼까 싶어 돌아온 수험생들도 있고 30대 직장인들의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 2주간 예스24에서 집계한 공무원 수험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 늘었다.
·행정직 수험생, “경쟁률 오를까” 노심초사
그러나 모든 공시생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한 마음으로 반기는 것은 아니다. 추가 채용분야에 포함되지 못한 일반 행정직이나, 세무직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추가선발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탓이다. 높은 경쟁률이 일상인 행정직 수험생들로서는 오히려 정부가 공직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듯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부담스럽다. ‘철밥통’을 얻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급 세무직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 김 모 씨(33)는 “어차피 ‘행정학+사회’ 조합이기 때문에 생활 안전 분야에서 행정직을 뽑는다면 지원할 수야 있겠지만, 선발분야와 인원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모든 수험생들이 다 몰리기 때문에 경쟁률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공시낭인만 양산하게 되는 꼴”이라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단기간에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동족방뇨식의 대책보다는 구직자들이 공무원 수험가로 내몰리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험생 박 모 씨(26)는 “청년층들이 인생의 황금기를 왜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는 데 소모하고 있는지는 모두가 안다. 민간에선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직과 민간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공무원 일자리만 늘리는 것은 국민의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정지출의 무분별한 확대를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재정 문제는 새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정부는 공공일자리 81만개 중 공무원 신규창출분인 17만개를 창출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을 5년간 17조원으로 보고 있지만, 여기에 신규 채용한 공무원들의 승진이나 호봉 인상 등의 변수는 고려되지 않았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올해 기준 공무원들의 평균연봉이 6,12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30년간 연평균 약 10조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 셈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 세대에게 ‘세금 폭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복지·소방 “여전히 인력 부족해”
이와 달리, 국민들의 전반적인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도 공무원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하반기 추가채용에 언급된 소방이나 경찰, 사회복지 등의 경우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분야로, 복지 및 안전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빈곤층 감소와 국민의 생명권 보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직속기구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지난달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전체 일자리 중에서 공공부문이 21%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7.6%밖에 안 된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부분에서 정부가 제대로 국민을 못 모시고 있는 것”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해당 분야 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부담 또한 이 같은 여론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다. 특히, 국내 소방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1,210명으로 미국(1,075명)과 일본(820명)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근무방식 또한 대부분이 첫 번째 주에 주간 9시간을 일하고 다음 2주간은 야간 15시간을 근무한 뒤 다음 날 쉬는 방식의 3조 2교대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과로를 호소하는 소방공무원도 상당수다.
가축의 상태를 점검하고 전염병 예방에 필요한 수의 및 방역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방역 인력 수요는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해 전염병 발생 시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나오기 일쑤다. 실제로 작년 12월 경북 성주에선 방역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담당업무를 하던 한 공무원이 월 45시간의 초과근무를 할 정도로 과로에 시달린 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들의 전반적인 삶의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분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세제개편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일자리 확충으로 인한 재정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조세부담률을 노무현 정부 수준(19.6%)으로 1%만 올려도 우리나라 GDP가 1600조이기 때문에 1년에 16조가 들어온다”면서 일각의 재원부족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세재개편의 경우 여론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인세 감면 축소 등과 관련해 야당의 찬성이 쉽지 않아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공무원저널>